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허술하다. 공포 장면은 주인공 뒤로 검은 그림자가 쓱 지나가거나, 과장된 음향효과와 함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시신을 비춘다. 1960년대 초창기 한국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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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 ㈜디스테이션
내가 베트남산 공포영화를 접한 적 있던가. 영화관에 들어가며 한 생각이다. 있긴 있다. 조안, 차예련 주연의 <므이>(2007)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몇몇 장면만 삽화처럼 기억에 남아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한·베 합작영화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베트남 단독으로 2편 <므이: 저주 돌아오다>(2022)가 제작됐고, 국내 개봉까지 한 모양인데 후속편 제작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많은 편수는 아니지만, 베트남에서도 공포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시즌에는 메콩강에 있다는 물귀신을 소재로 한 영화 <마야>도 수입돼 개봉한 모양인데, 역시 깜깜무소식이었다.
영화를 보며 끊임없이 스스로 돌아봤다. 필자가 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는 일종의 오리엔탈리즘 같은 건 아닐까. 영화를 보며 계속 떠올랐던 것은 <월하의 공동묘지>(1967) 같은 영화들이다. 엔딩크레딧에 붙어 있는 영화가 근거하고 있다는 ‘실제 사건’ 다큐 영상에서 떠오른 건 다시 <월하의 공동묘지>를 만든 권철휘 감독이 그럴듯한 공포 장면을 만들기 위해 당시 미아리 공동묘지에서 1주일간 밤을 새웠다는 일화 같은 것이었다.
관 속에서 발견된 목걸이의 저주
영화의 중심 이야기는 도시에서 살다가 낙향한 가족 이야기다. 남편 쿠앙은 아내 누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들 산과 살고 있다. 이 남자, 마음씨는 좋지만 능력 없는 백수다. 돈이 떨어지자 상속받은 선산을 팔아치우려 한다. 지관과 함께 나타난 매수자는 선산에 무연고 묘가 있는 걸 발견한다. 산을 팔기 전에 무연고 묘를 처리하라고 하자 쿠앙은 동네 파묘꾼을 데리고 가서 파기 시작한다. 마침내 드러나는 관. 관 속에는 낡은 목각인형이 있는데 꽤 값나가 보이는 보석 목걸이를 하고 있다. 임시로 쿠앙의 집에 가져다 둔 관에 파묘꾼이 몰래 접근해 보석 목걸이를 훔쳐 간다. 목걸이엔 저주가 걸려 있었고, 목걸이를 손에 넣은 사람들은 차례로 죽어 간다.
남편이 그 지경인지라 아내 누는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영화에서 뚜렷하게 설명은 안 나오지만, 하필이면 직업이 염습(殮襲)하는 염장이다. 영화는 이탈리아 B급 호러들이 신체 훼손과 시신을 집요하게 비추는 것처럼 시신 묘사에 집착한다(왜 저런 직설적인 제목을 붙였지? 라는 의문이 해소된다). 아마도 공포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순박한 사람들은 그 대목에서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리지 않을까. 영화는 아마도 베트남에서 민간 전승됐을 다양한 괴담을 에피소드로 사용한다. 가장 인상적인 연출은 술에 취한 파묘꾼 카가 도박장에서 나와 집에 돌아갈 때다. 술이 떨어진 카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공동묘지에 누군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놓아두었던 반쯤 찬 술병이다. 감사를 표하고 술병을 잡고 마시려 할 때마다 공중 어딘가에서 손이 나와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술병을 빼앗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는다. 있음 직한, 그럴듯한 괴담이다. 연출도 훌륭하다. 카메라는 잘생기고 마음씨만 좋을 뿐, 능력은 없는 쿠앙의 시점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시신이 차고 있는 시계가 탐난 누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몰래 훔치려고 하지만 시신의 ‘보복’을 당한다.
‘만들어진 전근대’의 근대에 대한 복수
가족을 건사하지 못하는 가부장의 ‘위기’는 자식을 돌봐주는 남편의 고모에게 밥도 안 주는 못된 조카며느리 탓으로 몰아간다. 물론 이대로 끝난다면 결국 희대의 악녀가 저주를 받는 건 당연한 것이 되겠지만, 영화의 중반부쯤엔 감독이 감춰놓은 반전을 눈치채게 된다. 아마도 눈썰미가 있는 관객이라면 영화의 초반부에도 복선을 숨겨놨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전반적으로 허술하다. 대부분의 공포 장면은 주인공 뒤로 검은 그림자가 쓱 지나가거나, 과장된 음향효과와 함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시신을 비추는 진부한 연출의 결과다. 1960년대 초창기 한국 공포영화 연출을 떠올린 까닭이다. 영화는 ‘근대에 대한 전근대의 복수’라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 공포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영화의 인트로에 사용된 마녀의 의식 장면이라던가, 동굴을 나와 밤하늘을 나르는 박쥐 따위는 그 전근대의 고유성조차 이미 근대가 발명한 전통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한다.
